사진이라는 설렘, 아무리 작아도 라이카는 라이카다

    입력 : 2018.06.15 23:58

    라이카는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풀프레임이냐 아니냐. 35mm 풀프레임 센서를 업계 표준으로 만든 장본인이면서 APS-C 크롭 센서 바디도 만들고 있다. M10처럼 라이카를 대표하는 풀프레임 바디는 분명 멋지지만 몇 가지 단점도 있다. 일단 무겁고(조금이지만), 비싸다. 렌즈 몇 개를 더하면 수천 만 원쯤은 우습다. APS-C 바디는 작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라이카 CL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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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CL/출처=라이카 홈페이지
    콤팩트한 바디는 심플하고 매끈하면서 무게가 적당하다. 두 손으로 쥐고 뷰파인더를 보면서 찍기에도, 한 손으로 들고 후면 LCD를 보면서 찍기에도 균형이 잘 잡혀있다. 뷰파인더는 분명 전자식인데 사용하다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눈을 갖다 대면 검은 경계가 잘 보이지 않고 풍경이 가득 담겨있으며 굉장히 밝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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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CL/출처=라이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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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CL/출처=라이카 홈페이지
    라이카 소형 필름 카메라의 영혼을 이어받았다지만 결국 디지털 카메라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외관에 깊고, 고급스러운 블랙, 레터링을 최소화한 버튼까지, 먼 과거에서 왔다기보다는 최근 라이카 디지털 카메라의 경향을 그대로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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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CL/출처=라이카 홈페이지
    가장 재미난 부분은 상단 조작부다. 커맨드 다이얼이 나란히 두 개 있고 그 사이에 조그만 정보창이 있어서 뷰파인더나 LCD를 보지 않고도 커맨드 다이얼을 조작해 조리개나 셔터 속도 등 각종 설정값을 변경할 수 있다. 가볍고 작으면서 빠르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 라이카 CL은 디자인이 목적을 반영하는 훌륭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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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mm f2.8/35mm 환산 50mm는 부담 없이 편안하다. 빛이 부족해 흔들렸지만, 사랑스러움은 놓치지 않았다.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지만 미덥지 못한 배터리 성능을 생각하면 라이카 CL은 철저히 사진을 위한 사진기다. 그것도 스냅 촬영과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와 완벽한 궁합이다. 납작한 18mm F2.8 렌즈와 결합하면 작은 가방에 들어갈 정도로 작고 날렵하다. 가벼워서 목에 걸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가방에 들어 있는지 간혹 잊게 된다. 가방에 넣기도, 빼기도 너무나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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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은 칼라일까 흑백일까? 때론 흑백이 더 드라마틱하고 생생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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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 도시를 횡단해 서쪽으로 사라질 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란 생각이 든다.
    도심의 화려한 조명이나 플레이트에 아름답게 담겨 나오는 음식 사진은 눈으로 기억되는 만큼이나 생생하게 살아있다. 노출 차이를 정확히 집어내는 능력은 라이카의 확실한 장기다. 카메라가 무언지 알 길이 없는 우리집 댕댕이는 잠깐만 한 눈을 팔면 고개를 돌린다. 빠르고 정확한 AF는 어두운 곳에서든 순진무구한 반려견의 눈동자를 향하던 칼같이 작동한다. 필요하면 AF 포인트를 십자 버튼으로 화면 어디로나 옮길 수 있어서 무척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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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촌의 인기는 내게는 여전히 커다란 의문이다. 저 좁은 길에 저 많은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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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밤. 해방촌이 가장 빛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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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밤. 해방촌이 가장 빛나는 때다.
    고감도에서 노이즈가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어떤 노이즈인가가 중요한데 사진을 망치는 칼라 노이즈가 아니라 마치 필름 카메라처럼 자연스럽다. 이런 특징은 흑백으로 찍었을 때 도드라진다. 노출차이가 심하거나 빛이 극도로 적은 곳에서 더 멋진 사진이 연출된다.

    2400만 화소 APS-C 이미지 센서, 4K 동영상 촬영같은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카메라다. 셔터도 없으면서 ‘찰칵 찰칵’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는 디지털 카메라는 라이카 CL 뿐이다. 고성능 자동차가 배기음을 튜닝하듯 셔터음을 튜닝해 놓을 것이다. 카메라를 조작하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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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는 역시 흑백이다. 빛의 농담만 존재하고 사진을 간결하게 만들어 선의 긴장감이 배가된다. 아무것도 아닌 건물사진인데 말이지.
    풀프레임 바디가 200만 원대에 출시되는 와중에 APS-C 센서, 그것도 이토록 작은 바디가 350만원이고 하면 합리성이 결여된 듯 보인다. 명품을 지향하는 라이카가 젊은 감각으로 즐겁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게 라이카 CL이라면 납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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