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미래 산업 성패는 소프트웨어에 달려… 젊은이들이 상상력 갖고 도전해야"

    입력 : 2017.10.13 14:20

    우리나라 최초 IT 기업 KCC정보통신 이주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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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서울 강서구 KCC정보통신 사옥에서 만난 이주용 회장은 “소프트웨어 산업은 똑똑한 머리와 손가락만 있으면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젊은이들이 컴퓨터 앞에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세운 KCC정보통신은 한국 최초의 IT기업으로,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김연정 객원기자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IT(정보기술) 기업을 창업하면서 입사 지원자들을 상대로 당시 최고의 IT 기업이었던 IBM의 적성검사 문제를 풀게 했더니 30%가 'A'를 받았습니다. IBM 지원자의 1%만이 받던 성적이에요."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KCC정보통신 사옥에서 만난 이주용(82) KCC정보통신 회장은 "우리나라가 일찌감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했다면 지금쯤 소프트웨어로 세계에서 등수를 다투는 나라가 됐을 것"이라며 "많은 자본이 필요한 하드웨어 산업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똑똑한 머리와 손가락만 있으면 잘할 수 있어 한국이 진작부터 앞서나갈 수 있었던 분야"라고 말했다. KCC정보통신은 1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IT 서비스 업체로,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 회장은 1958년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 우연히 대학 전산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컴퓨터를 처음 접했고 2년 뒤 IBM 본사에 한국인 최초로 입사했다. 하지만 7년 뒤 이 회장은 당시 한국 직장인 월급의 100배 이상을 주던 IBM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전자계산소(현 KCC정보통신)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당시 박정희 정부의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쓸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주민등록 전산화, 철도청(현 코레일) 온라인 예매·발권 시스템 구축 등 국내 주요 전산화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 회장은 "당시 '컴퓨터'라고 하면 다들 탁상용 전자계산기를 떠올렸고,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인재는커녕 컴퓨터도 국내에 한 대 없던 시절"이라며 "자본도 장비도 없던 상황에서 오직 사람의 두뇌만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 컴퓨터를 들여오고, 정부와 민간에 컴퓨터의 개념과 사용법을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프로그래밍을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 직원 한 명씩 붙잡고 한 달씩 직접 가르치면서 회사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미국에서는 두세 달이 필요한 교육을 한 달만 받고 현장에 나간 직원들이 은행 전산화 같은 일을 척척 해냈다"며 "IBM의 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코웃음 치면서 믿지 않았을 정도"라고 했다.

    KCC정보통신은 1975년 2000여 만명에 달하는 만 18세 이상 전(全) 국민의 주민등록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입력하면서 숫자 하나만 실수해도 남자가 여자가 되고 고향과 전과기록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12자리였던 주민등록번호 끝에 '체크 디지트(check digit·검사번호)'를 추가하자고 했지요." 체크 디지트는 주민등록번호 앞 12자리가 제대로 입력됐는지를 확인해주는 번호다. 앞번호에 오류가 있으면 마지막 자리 숫자가 원래 규칙과 맞지 않게 돼 오류·위조 여부를 알 수 있다. 이 아이디어 덕분에 2000만명 이상의 정보를 입력하면서도 오류가 없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어려움 속에 조금씩 성장한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1981년 철도청의 온라인 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결실을 보았다"고 말했다. KCC정보통신은 당시 글로벌 IT 기업들과 경쟁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로는 첨단이었던 원격 통신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외국 기업에 비해 비용은 5분의 1밖에 들이지 않았다. 그는 "구축에 성공하자 태국에서 100만달러에 이 시스템을 사갔다"며 "한국 최초의 소프트웨어 수출이었다"고 했다. "해외에 먹힐 수출용 제품이 따로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쓰기에 가장 좋은 물건을 만들면 해외에서 먼저 찾아옵니다. 우리 소프트웨어가 그때는 그 정도로 높이 올라섰던 거지요."

    그는 "한국의 IT산업이 소프트웨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보다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봉이 김선달' 취급을 받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런 시절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나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미국 IT 산업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정치권이나 제조업체들이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말은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찬밥 대우를 받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하지만 미래 산업의 성패는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젊은 인재들이 컴퓨터 앞에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볼 수 있는 교육 제도와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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