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옆에만 놔도 충전·달걀 성별 파악… 세상 바꿀 아이디어 한자리에

    입력 : 2017.09.22 14:58

    2017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

    500여 스타트업 참가… 마치 수산시장처럼 북적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자금·아이디어 모인
    실리콘밸리서 주목받으면 성공 가능성 높다는 뜻

    2017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
    "앞으로는 유선(線) 충전도, 접촉식 충전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이 기기 옆에 놔두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착용형) 기기까지 모두 충전이 가능합니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부둣가에 있는 '피어(pier) 48'에서 열린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경연대회 '배틀필드' 현장. 무대에 오른 '파이'의 존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벤처 투자자들과 일반 관객 700여 명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가 제작한 원뿔형 기기인 '파이'는 기존 충전기의 상식을 깬 제품이다. 근처에 전자기기를 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이 되기 때문이다. 맥도널드 CEO는 "현재 대형 스마트폰 업체와 기술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며 "무선 충전 기능이 장착된 제품은 모두 파이로 충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선 충전기에 제품을 가져다 대야 충전이 되는 삼성전자나 애플보다 한 단계 앞선 기술로 평가된다. 파이는 이날 행사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금 5만달러(약 6000만원)를 받았다.

    배틀필드는 18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스타트업 대회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SF)'의 대미를 장식한 행사였다. 디스럽트 SF는 올해 세계 스타트업 업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에는 미국, 독일, 벨기에, 우루과이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500여 스타트업들이 참가했다. 세계 각지에서 열린 예선을 통과한 23개 스타트업은 '배틀필드' 본선에 진출해 라이트스피드캐피털 등 세계 주요 벤처 투자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알리고 투자를 유치했다. 포르투갈에서 온 스타트업 누아다의 필리페 퀴나즈 CEO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자금과 아이디어가 모인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다는 것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상 바꿀 아이디어 가져온 스타트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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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지난 18일(현지 시각)부터 20일까지 사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경연대회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SF)’에 참가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에그XYt’가 달걀의 성별을 구분하는 신기술을 벤처 투자자와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② 소상공인들이 단골 고객들을 쉽게 관리하는 기술을 선보인 미국 스타트업 리드버드. ③ 한국의 음파 결제 기술기업 모비두의 부스를 찾은 삼성전자 윤부근(왼쪽) 사장. ④ 디스럽트 SF의 대담 세션.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 세계적인 벤처 투자자인 유리 밀너 등이 참석한 대담을 듣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백명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몰렸다. ⑤ 샌프란시스코의 48번 부둣가(피어48)에 마련된 행사장에 전시된 스타트업들의 신기술을 보기 위해 행사 기간 사흘 내내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⑥ 영국의 스타트업 ‘겐투 앱’ 부스. 겐투 앱은 스마트폰의 연락처를 관리하는 앱을 선보였다. ⑦ VR(가상현실) 기술 스타트업의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체험하는 모습. / 박지만 사진작가·한국콘텐츠진흥원
    행사가 진행된 피어48은 신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관람객들로 마치 수산시장처럼 북적였다. 스타트업들은 약 1만 1100㎡(약 3370평) 규모의 행사장 곳곳에 원형 탁자 하나씩만 세워놓고 그 위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펼쳐 놓았다. 전시장 바로 옆에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즉석에서 투자 유치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올해 디스럽트 SF에서는 실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기술과 서비스들이 주목을 받았다. 구글·애플·페이스북·테슬라 등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면 스타트업들은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배틀필드에서 우승한 파이가 대표적이다. 준우승을 차지한 '오네바(Oneva)'도 아이·노인 돌봄 서비스를 맞벌이 부부에게 제공해주는 서비스였다. 특히 오네바는 고객이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계약을 맺고, 기업이 직원들에게 제공해주는 복지 혜택의 하나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와 비슷하지만,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익성과 서비스 신뢰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색 스타트업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스라엘에서 온 바이오 스타트업 '에그XYt'는 산란용 닭으로 사용할 계란의 성별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산란용 닭의 경우 암탉은 알을 낳을 수 있지만, 수탉은 알을 낳지 못하는 데다 식용으로도 가치가 떨어져 살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계란 단계에서 성별을 구분하면 살처분과 같은 불필요한 비용 낭비와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 에그XYt의 예후다 엘람 CEO는 "닭 사육 농장들에게 혁신적인 비용 절감을 안겨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모유(母乳)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자동으로 가슴을 마사지해주는 기계, 스포츠 동영상을 올려놓으면 알아서 주요 장면을 편집해주는 소프트웨어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이번 행사에 대거 참석했다. 가상현실(VR) 스타트업인 '룩시드랩스'는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배틀필드 본선에 참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는 가상현실(VR) 기기 안쪽에 뇌파 측정 센서를 탑재하고, 눈동자 추적 카메라를 달아 사용자의 시선과 감정을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예컨대 사무실 인테리어를 가상현실 동영상으로 만든 뒤, 이 VR 기기를 쓰고 보게 하면 이용자의 시선 이동을 체크할 수 있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자전거를 원격으로 잠글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바이시큐'는 중국 최대 자전거 공유 업체인 모바이크의 관심을 끌었다. 모바이크 측은 "바이시큐의 블루투스 잠금 장치는 자전거 도난율을 급격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음파를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한 '모비두', 무선 스마트 블록으로 아이들에게 코딩(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하는 '큐브로이드'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블록체인부터 인공지능까지… 세상은 테크놀로지가 바꾼다"

    올해 디스럽트 SF에서는 가상화폐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기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창업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은 기존 결제 수단보다 훨씬 강력한 보안과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수년 안에 블록체인 기술과 이더리움이 비자(신용카드)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의 샘 알트먼 CEO는 "스타트업 투자에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활용할 계획"이라며 "전문 투자자가 아니라 누구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개방형 온라인 교육 서비스인 유다시티의 세바스티안 스룬 CEO는 "자동차의 미래는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넘어 날아다니는 차(flying car)가 될 것"이라며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자동차 대신 공중을 날아다니는 수송 수단이 등장하면 인간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빠르고도 편안하게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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