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싸고 성능좋은 AMD 새 CPU 20년 아성 인텔에 회심의 역습

    입력 : 2017.09.22 15:20

    AMD-인텔 다시 불붙은 CPU 전쟁

    AMD
    CPU 칩 하나에 들어가는 계산·명령어
    처리 장치(코어) 수를 인텔보다 많이 늘려

    인텔
    차세대 코어X 내놔
    기존 제품보다 처리속도 20~30%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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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AMD가 올 3월 내놓은 CPU(중앙처리장치) ‘라이젠(Ryzen)’. CPU 칩 하나에 들어가는 계산·명령어 처리 장치(코어)의 수를 늘려 전체 성능을 끌어올렸다. / AMD 제공 ② 인텔이 AMD의 ‘라이젠’에 맞서 최근 출시한 차세대 ‘코어X’ CPU. 기존 제품보다 20~30% 이상 처리 속도가 빠르다. / 인텔 제공
    원조 챔피언 인텔의 수성(守城)이냐, 후발 주자 AMD의 설욕(雪辱)이냐. 20년 넘게 컴퓨터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온 미국 인텔과 AMD 간의 CPU(중앙처리장치) 기술 전쟁이 다시 한 번 불붙었다. 두 회사의 경쟁 관계는 줄곧 인텔이 AMD를 압도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올해 3월 AMD가 '라이젠(Ryzen)'이라는 새 CPU를 내놓으면서 AMD가 인텔을 몰아붙이는 상황이 됐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i3·i5·i7과 같은 인텔의 CPU보다 더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MD가 방심한 인텔에 회심의 '역습'을 날렸다"고 평가한다.

    인텔에 고개 숙인 10년… 반격 나선 AMD

    AMD는 그동안 인텔의 '펜티엄 시리즈'와 i3·i5·i7 등 '코어 i(아이) 시리즈' CPU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인텔 제품이 전력 소모는 낮으면서도 더 높은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 용량이 많은 게임 프로그램을 컴퓨터에서 돌리면 인텔 제품이 AMD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나타냈다. AMD는 CPU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보조(캐시) 메모리 양을 늘리고, 인텔보다 한발 앞서 CPU 칩과 그래픽 칩을 하나로 통합하는가 하면 CPU 가격을 크게 떨어뜨리는 전략으로 인텔에 맞섰다. 하지만 인텔의 CPU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6년 50%대에서 지난해 상반기 80%까지 거침없이 치솟았다.

    코너에 몰린 AMD가 들고 나온 해법은 CPU 칩 하나에 들어가는 계산·명령어 처리 장치(코어)의 수를 인텔보다 더 많이 늘리는 것이었다. 각각의 코어 성능은 밀리지만, 코어를 더 많이 넣어 전체 성능은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라이젠 CPU에는 이 코어가 최대 16개 들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이렇게 많은 코어를 갖춘 CPU는 있었지만, 비싸고 사용 방법이 까다로운 단점이 있어 연구소나 기업의 대용량 데이터 처리용으로만 일부 쓰였을 뿐"이라고 했다.

    AMD는 이를 일반인의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PC에서도 쉽게 쓸 수 있도록 크기를 줄였고, 제작 단가도 대폭 낮췄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초미세공정 기술을 사용했다. 일반 데스크톱용 제품인 '라이젠5 1600' 제품만 해도 코어가 6개다. 여기에 코어 하나가 두 개의 명령어를 한 번에 처리하도록 하는 '하이퍼스레딩(Hyper Threading)'이라는 기술까지 더해 총 12개의 코어를 장착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라이젠5는 일반적으로 코어 2~4개를 내장한 인텔의 기존 'i5' CPU 제품과 비교하면 더 높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도 가격은 27만~31만원 정도로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라이젠이 등장하면서 지난해 상반기에 20% 아래로 떨어졌던 AMD의 글로벌 CPU 시장점유율은 올해 2분기 31%까지 올랐다. 지난해 주당 2달러 미만이었던 주가도 급등, 최근 지난 10년 새 최고치인 15달러를 오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인텔의 점유율은 80%에서 60%대 후반으로 수직 낙하하고, 매출도 휘청이고 있다. 제품 하나로 두 회사의 명암(明暗)이 갈린 것이다.

    컴퓨터 기술의 역사 쓴 30년 경쟁

    인텔과 AMD 간 CPU 경쟁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MD는 인텔의 CPU 원천 기술을 빌려 호환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 불과했다. 인텔의 제품보다 성능이나 안정성에서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저렴한 보급형 컴퓨터에 주로 AMD의 CPU가 쓰였다. IBM PC와 그 호환 PC에 기본으로 채택된 8088(XT컴퓨터), 80286(286컴퓨터), 80386(386컴퓨터), 80486(486컴퓨터) CPU를 잇따라 개발해 표준화한 인텔의 기술력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00년 AMD가 인텔을 앞서는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 최초로 1초당 10억번의 명령어 처리가 가능한 '1기가헤르츠(Ghz)' 속도의 '애슬론(Athlon)' CPU를 내놓은 것이다. 2003년에는 세계 최초 PC용 64비트 CPU '애슬론64'를 내놓기도 했다. 지금도 유명한 '펜티엄' 상표의 CPU로 전성기를 누리다 후발 주자 AMD에 일격을 당한 인텔은 잇따라 2Ghz와 3Ghz 벽을 깬 고성능의 '펜티엄4' 제품으로 맞불을 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후 이 두 회사의 경쟁은 CPU 기술 발전과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 과정에 개발된 다양한 CPU 기술들이 오늘날 모바일 기기부터 수퍼컴퓨터까지 쓰이는 핵심 기술로 발전했다"고 했다. 코어 하나로 2개 효과를 내는 하이퍼스레딩(인텔), CPU 사용률이 낮을 때 속도를 떨어뜨리는 스피드 스텝 기술(인텔), 콰이어트앤쿨(AMD) 등이 대표적이다.

    AMD의 라이젠에 맞서 인텔은 최근 차세대 '코어X' CPU를 내놨다. 코어를 늘린 AMD에 맞서 인텔도 기존 제품보다 코어 수를 늘린 것이다. 코어X 시리즈는 기존에 '익스트림 에디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최상위급 제품군을 별도 시리즈로 분리하고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코어X 시리즈는 최대 18개의 코어를 장착하고 있으며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과 초고화질 해상도 비디오 편집에서 기존 제품보다 20~30% 이상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필요할 때마다 순간적으로 동작 속도를 극대화하는 기능도 있다. 이 두 회사의 CPU 전쟁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 우수한 성능의 PC를 매번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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