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페르시안 마피아, 실리콘밸리를 장악하다

    입력 : 2017.09.08 15:46

    급부상하는 이란계 CEO들
    최근 우버 CEO로 선임된 이란계 다라 코스로샤히… '강력한 인맥' 구축한 인물
    反트럼프 진영 앞장서 정기적인 모임 통해 이란계 인맥 영향력 키워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지난달 새 최고경영자(CEO)로 인터넷 여행 예약 업체 익스피디아의 CEO였던 다라 코스로샤히(Khosrowshahi)를 선임했다. 지난 6월 우버의 성추문 스캔들과 리더십 문제 등으로 창업자이자 CEO였던 트래비스 캘러닉이 사임한 지 두 달 만에 새로운 선장을 맞이한 것이다.

    코스로샤히 CEO는 취임 직후 "아랫사람에게 지시하는 문화가 아니라 의견이 위로 전달되는 상향 전달식 문화를 만들어 우버를 변화시키겠다"며 "늦어도 2019년까지는 IPO(기업 공개)를 해 주식 시장에 상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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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밸리의 IT 산업, 벤처투자업계에 종사하는 이란계 창업자·투자자를 뜻하는 ‘페르시안 마피아’의 대표주자들. 왼쪽부터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피에르 오디미야르 이베이 창업자, 오미드 코데스타니 트위터 회장. 이란 혁명이 발발한 1970년대 이후 미국으로 하나둘 이주해온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서로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막강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 블룸버그
    실리콘밸리에서는 우버 이사회가 코스로샤히를 새 CEO로 뽑은 것을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우버의 CEO 후보로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에서 비(非)주류로 꼽히는 이란계 미국인이다.

    코스로샤히 CEO의 선임을 계기로 실리콘밸리에서는 "'페르시안 마피아'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페르시안 마피아는 실리콘밸리의 IT(정보기술) 산업, 벤처투자업계 등에 종사하는 이란계 창업자, 투자자들을 뜻한다. 페이팔 출신으로 스타트업 창업, 투자를 활발히 하는 이들을 '페이팔 마피아', 인도계인 구글의 순다 피차이 CEO,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 등을 '인디아 마피아'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실리콘밸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장악한 이란계

    올해 48세인 코스로샤히 CEO는 이란에서 태어나 1978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의 부모는 이란에서 사업을 하며 부(富)를 쌓았지만, 호메이니 주도의 이란 혁명이 발발하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코스로샤히는 브라운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투자은행에서 일하다 2005년부터 시애틀에 있는 익스피디아의 CEO로 근무했다. 그는 이번에 우버 CEO로 선임되면서 처음 실리콘밸리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갖고 있지 못한 막강한 인맥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스로샤히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강력한 가족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의 사촌 동생인 아미르 코스로샤히는 작년 인텔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4억달러에 인수한 AI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네르바다의 창업자다. 쌍둥이 사촌 형제 알리, 하디 파르토비(Partovi)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페이스북과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파일 공유 서비스 드롭박스, 우버 등에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실리콘밸리의 페르시안 마피아는 다라 코스로샤히 가족뿐만이 아니다. 트위터 회장이자 구글 전 최고사업책임자(CBO)였던 오미드 코데스타니(Kordestani), 드롭박스 공동 창업자 아라시 페르도시도 이란계다. 1세대 실리콘밸리 기업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공동 창업자 고(故) 밥 마이너, 전자상거래의 시초로 꼽히는 이베이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도 페르시안 마피아의 일원이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리콘밸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란계 창업자, 투자자들이 핵심 역할을 해온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페르시안 마피아
    ◇반(反) 트럼프 진영의 선두에 선 페르시안 마피아

    페르시안 마피아의 가장 강력한 힘은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다라 코스로샤히를 비롯해 그의 친·인척들과 다른 이란계 창업자들은 이란 혁명이 발발한 1970년대 이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WP는 "이주 배경이 같기 때문에 이란계 미국인 창업자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모여 '눈 바르바리'(Noon Barbari)라는 모임을 가진다. 참석자 제한 없이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 개발하는 모임이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이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결속력을 강화하고 아이디어를 빠르게 사업화하면서 이란계 인맥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이란의 개혁개방 정책과 맞물려 이란에서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란 테헤란에 있는 샤리프 기술대학은 스탠퍼드대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에 가장 많은 대학원생을 진학시키는 대학으로 꼽힌다. 뉴스위크는 "샤리프 기술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공학 학부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계 CEO들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라크 등 이슬람 국가에 대한 여행 제한 대책을 내놓고, 불법 체류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앞장서서 반기를 드는 것이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익스피디아 CEO 재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에 대해 가장 먼저 반대의 뜻을 밝혔다. 다카 프로그램의 폐지와 관련해서도 "드리머(불법 체류 청년)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우리가 가진 가치에 위배되는 일"이라며 "모두가 일하고, 공부할 가치가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그가 우버 CEO로 선임된 이후 처음 올린 트윗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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