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세상의 모든 데이터 이젠 센서로 통한다

    입력 : 2017.08.11 15:12

    운동선수·근로자 피로도부터 물류창고 적재까지
    센서로 추적하고 데이터화해 효율 극대화
    캘리포니아선 센서로 가뭄 문제까지 해결

    사방에 귀가 있고, 눈이 달렸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컴퓨터가 알아채고 디스플레이가 표현한다. 센서(감지기)는 컴퓨터 세계에서 사람의 오감(五感)을 대신한다.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기기부터 자율주행차, 드론(무인기), 로봇에 이르기까지 센서가 만든 인공 감각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핵심은 인간의 세계를 컴퓨터가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사람의 감각 기관에 해당하는 것이 각종 센서다. 센서를 통해 기계는 온도·습도나 혈당 같은 물리·화학적 세계뿐 아니라 집중력이나 자세 같은 계량화가 힘든 영역까지 추적해 데이터화한다. 자동차, 식품, 유통, 가전, 헬스 케어, 스포츠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센서를 이용해 데이터를 모으고 추적하는 능력(traceability)이 중요해지고 있다.

    센서 달고 뛰는 NFL 선수들… 데이터로 혁명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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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 Images Bank

    5월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지브라테크놀로지스 연구개발 센터. 바코드 기기 분야 세계 1위인 이 회사 연구소에서는 컴퓨터 엔지니어와 기술 디자이너 200여 명이 머리를 맞대고 왁자지껄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레이엄 마셜 연구 센터장이 검투사 갑옷을 닮은 프로 미식축구리그(NFL) 선수 유니폼을 건넸다. 양 어깨 끝부분에는 냉장고 자석처럼 생긴 검은색 RFID(무선 주파수 인식) 센서가 달려 있었다. 흔히 '전자태그'로 불리는 이 센서는 선수들의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데이터를 먼 곳으로 전송하는 기능이 있다.

    NFL 선수들은 2015년부터 지브라테크놀로지스의 RFID 센서를 어깨에 달고 경기장에 들어간다. 센서는 선수들의 심박 수와 체내 피로도 등 기본적인 생체 정보를 비롯해 뛴 거리, 어깨 회전 횟수, 달리기 속도, 경기 중 충돌 횟수 등 100여 가지 세부 항목을 1초에 15번씩 송출한다. 구장 전역에 설치된 RFID 신호 수신기 20대는 이 신호를 받은 뒤 NFL 코치진과 TV 중계진에게 재전송한다. 코치진은 선수 몸 상태를 보며 새로운 전략을 짜고, 해설자들은 3차원으로 파악된 선수들의 위치를 TV 중계 화면에 체스 말처럼 표시해두고 시청자들에게 분석해준다. NFL에선 평소에 훈련할 때도 이 센서가 달린 옷을 착용한다. 센서로 수집한 훈련 데이터는 선수별 평균 능력치로 환산돼 경기 중의 선수 교체나 부상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쓰인다. 마셜 센터장은 "앞으로 RFID 센서에 기반한 데이터 스포츠는 축구, 농구, 테니스 등 다른 종목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NFL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센서를 공장에서 직원들 안전관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상자 발생이 가장 많은 비행기 외관 도장(塗裝) 작업은 센서를 도입한 후 사고 발생률이 대폭 낮아졌다. 도장 작업은 직원이 무거운 페인트통을 들고 10층짜리 아파트와 비슷한 20~30m 높이의 비행기 동체 위로 올라가 진행하기 때문에 집중력 저하가 빠르고 추락 사고 위험이 컸다. 센서는 보잉 격납고 직원들의 움직임을 모니터에 점으로 나타내고, 직원이 헬멧을 안 쓰는 등 안전규칙을 위반하거나 예정된 동선 밖으로 움직이면 경고음을 울린다. 직원의 혈압이 급상승하거나 호흡 상태가 나빠져도 센서가 바로 알려준다.

    승강기 보수·수자원 관리·트럭 적재… 어디든 센서

    센서는 물류 분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지브라의 이언 젠킨슨 디자인개발 총괄은 각 티슈 크기의 트럭용 물류 센서 '스마트팩 트레일러'를 소개했다. 트럭 천장에 설치하는 스마트팩 트레일러는 물류창고 내부의 데이터를 받아 상품 적재 과정에 반영한다. 물류창고 컨베이어 벨트에 있는 3차원 바코드 스캐너가 배송 상품의 무게와 부피·강도(剛度)·배송지 등을 인식하면, 이 센서가 모니터에 AR(증강현실) 화면으로 트럭 어디에 어느 짐을 둬야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준다. 가령 물류창고에서 30분 거리에 배송할 물건은 트럭 문 바로 앞 바닥에, 3시간이 걸리는 제품은 트럭 뒤편 상단에 두도록 하는 식이다. 짐 크기를 고려해 빈 공간을 최소화하는 기능도 있다. 그 결과 상자들이 테트리스 블록처럼 서로 맞물려 빈 공간 없이 가득 차 트럭 적재율이 100%에 가까워지고, 물건을 분실하거나 뒤죽박죽 섞여 배송 시간이 지연되는 일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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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핀란드 승강기 제조업체 코네의 센서 기반 승강기 원격 관리 화면. ②미국 NFL 선수들이 착용하는 센서 달린 유니폼. ③센서 유니폼을 착용한 미국 NFL 선수가 경기장에서 뛰고 있다. ④NFL 경기장에서 센서를 통해 데이터가 전달되는 과정. 유니폼에 달린 RFID 센서가 데이터를 송출하면 구장에 설치된 수신기가 이를 코치진과 TV 중계진에게 재전송한다. ⑤제품가격·유통기한·재고 등을 알려주는 RFID 센서 기기가 배치된 미국 월마트 매장. ⑥미국 월마트 매장을 찾은 고객이 RFID 센서 기기를 카트에 장착하고 쇼핑하는 모습. ⑦관제센터에서 트럭용 물류 센서를 이용해 상품을 적재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⑧물류창고에서 트럭 기사들이 센서가 알려주는 위치에 상품을 싣는 모습. / IBM·지브라테크놀로지스
    젠킨슨 총괄은 “사람이 눈대중으로 짐을 실으면 아무리 꼼꼼하게 해도 트럭 내 빈 공간이 20% 이상 발생한다”며 “센서는 트럭 수십 개가 짐 싣는 과정을 모니터 하나로 살피고, 예상 소요 시간도 정확하게 계산해 작업 효율이 2배 이상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의 승강기 제조업체 코네(KONE)는 올해 초부터 자사 승강기 110만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승강기 내부에 센서를 도입했다. 엔지니어 2만명이 하루 평균 7만건씩 처리해야 하는 유지·보수 작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만약 승강기 작동이 멈추면 센서가 가장 가까이 있는 엔지니어에게 이상 신호를 보내 최단 시간에 현장에 오도록 만든다. 노후한 승강기는 예상 수리 시점을 알려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센서를 이용해 고질적인 가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캘리포니아는 2015년 4월 가뭄 때 주 전역에 ‘물 사용 제한령’을 발동할 정도로 수량 관리에 애를 먹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향후 최소 25% 이상 물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캘리포니아 전역의 수자원 분포를 데이터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위성 촬영과 GPS(위성항법장치) 추적 기술, IBM의 시각인지 센서 등이 총동원됐다. 시각인지 센서는 위성 촬영된 사진을 보고 12분 만에 부촌 지역 수영장 15만개 면적과 평균 물 사용량을 계산했고, 물 낭비가 심한 수영장 주인들에게 경고장을 발송했다. 골프장과 호텔, 농장 등 물을 많이 쓰는 곳에 같은 기법을 적용한 결과 수량이 30% 이상 늘었다. 전 세계에 깔리는 센서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독일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는 글로벌 스마트 센서 시장이 연평균 17%씩 상승하고, 2016년 180억개 팔렸던 센서가 2020년엔 290억개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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