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영국 최고 엘리트 청년들, 제2의 '허사비스' 꿈꾼다

    입력 : 2017.08.11 14:33

    알파고의 聖地를 가다
    英 '파운더스 팩토리' 인공지능 투자 2년 만에
    5000만달러 이상 가치 스타트업 두 곳 배출

    스타트업·인재 물색 중
    실리콘밸리 뛰어넘는 인공 지능 기술력으로
    로레알·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 투자 이어져

    지난 5월 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켄싱턴 중심에 위치한 초호화 빌딩 '노스클리프 하우스'. 영국 유력 일간지 데일리메일을 창업한 노스클리프 남작 가문 소유의 이 건물 5~6층에 영국 최대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보육 업체인 '파운더스 팩토리'가 자리 잡고 있다. 파운더스 팩토리에 들어서자 마치 거대한 대학 도서관 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수십 개의 기다란 책상 앞에 앉은 20~30대 남녀들은 저마다 편안한 자세로 다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파운더스 팩토리의 국제협력 담당 에이미 그리쇼 박사는 "이곳에 있는 젊은이들 대부분이 킹스칼리지나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영국 최고 명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목표는 제2의 데미스 허사비스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사비스는 전 세계에 인공지능(AI) 쇼크를 몰고 온 구글 딥마인드의 창업자이자 인공지능 알파고의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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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최대 스타트업 보육 업체인 ‘파운더스 팩토리’에서 창업자들이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바클레이스 은행의 창업 보육재단인 ‘라이즈 런던’에서 알렉스 허슬리 셀든 최고경영자가 산업 현장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 파운더스 팩토리·셀든 제공
    제2의 허사비스 꿈꾸는 영국 젊은이들

    파운더스 팩토리는 온라인 여행사이트 '라스트미니트닷컴'을 창업해 영국 10대 부호가 된 브렌드 호머만이 세웠다. 그리쇼 박사는 "호머만은 영국 산업을 되살리는 길은 디지털 창업을 장려하는 것뿐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로레알, 디아지오, 아디다스, 유니레버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파운더스 팩토리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운더스 팩토리가 운용하는 투자금만 1조원이 넘는다. 파운더스 팩토리는 2015년부터 인공지능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육성 중인 인공지능 스타트업만 해도 30곳이다. 올해 초에는 세계 3위 사모펀드인 중국 CSC가 5000억원을 파운더스 팩토리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제프리 응 파운더스 팩토리 수석과학자는 "영국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2000년대 초반부터 딥러닝(심층 학습)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면서 "이 전통이 이어지면서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인공지능 경쟁력은 실리콘밸리를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호시탐탐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과 인재들을 노리고 있다. 아마존은 2012년 케임브리지 출신들이 차린 인공지능 스타트업 에비테크놀로지를 2600만달러(약 297억원)에 인수했고, 구글은 런던에서 창업한 딥마인드를 2014년 5억7000만달러(약 6500억원)에 사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영국 스타트업 여러 곳을 인수했다. 응 수석과학자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거액을 쓰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파운더스 팩토리는 인공지능에 투자한 지 불과 2년 만에 이미 5000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두 곳 배출했다. 스타트업 이리스 AI는 과학자들의 연구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예컨대 과학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심 있는 주제를 넣기만 하면 인공지능이 전 세계의 모든 과학 관련 논문을 검색한 뒤 연결 가능한 주제와 공동연구자를 찾아준다. 또 다른 스타트업 루머의 인공지능은 각종 데이터를 사람이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만들어준다. 두 회사는 올해 영국 정부가 뽑은 '10대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람 숫자·기업 규모보다 아이디어로 성공 가능

    영국 정부와 런던시는 런던을 '인공지능의 성지(聖地)'로 만들기 위한 '테크 시티 런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런던 도심의 대표적 슬럼가였던 올드스트리트와 엔젤 거리는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재개발이 한창이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는 기업 광고가 아니라 각종 기술 관련 전시회와 세미나 안내가 나오고 있었다.

    이 거리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첨단 IT 부품 등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1000여 곳이 입주해 있다. 런던시는 이곳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우수 인재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 절차도 간소화해주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이 지원하는 벤처 육성 재단 '라이즈 런던' 역시 이곳에 런던 본부를 차렸다. 지난 5월 4일 라이즈 런던에서 만난 인공지능 스타트업 셀든의 알렉스 허슬리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남들과 다르게 분석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딥러닝을 접목했다"면서 "휼렛패커드, 바클레이스 은행 등 10여 개 대기업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든의 인공지능은 기존 마케팅 방식과 영업망 등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고객사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뒤 도심에는 영업직원을 줄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든지, 어떤 제품을 구매한 사람은 1년 뒤 신용불량에 빠질 확률이 월등히 높다는 등의 정보를 주는 식이다. 현재 셀든의 기업가치는 1억달러가 넘지만, 직원은 고작 7명에 불과하다. 허슬리 CEO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앱(응용 프로그램)은 사람의 숫자가 기업 규모보다는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이런 매력 때문에 영국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한 졸업생들은 대부분 대기업보다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창업에 몰려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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