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은 하늘, MS는 바다… 육해공에서 '빅데이터 장악작전'

    입력 : 2017.07.25 03:11 | 수정 : 2017.07.26 15:06

    [4차 산업혁명… 이미 현실이 된 미래] [2] 데이터 지배자가 100년을 이끈다

    - 무형의 자산, 먼저 모으는 게 임자
    '무료 와이파이' 드론 띄운 페북… 하늘서 사용자 정보 긁어 모아
    MS "인구의 50%는 해안에 산다" 해저에 서버 놓고 초고속 수집

    - 빅데이터 기업이 세계 시총 1~5위
    애플·구글·MS·아마존·페이스북 맞춤형 서비스 진화시켜 독과점

    지난 5월 10일(현지 시각) 찾은 독일 뮌헨 IBM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본부는 33층 빌딩 전체가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27층 IoT 연구실에서 리사 바클레이 수석연구원이 태블릿PC에 대고 "왓슨, 오늘 미팅에 참석할 직원들이 어디 있지?"라고 말하자,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제니는 탕비실에서 자료를 복사하고 있고, 루이자는 쇼룸 시연 준비 중입니다. 산제이 방으로 모이라고 할까요?"라고 대답했다. 왓슨은 27층에 설치된 센서 100개와 직원 1000명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 정보를 분석해 빌딩 전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산제이 브라마바르 IBM 수석부사장은 "이 빌딩에는 전 세계 6000여 고객사의 공장과 사무실에 설치된 20억 개 이상의 센서에서 수집한 빅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모인다"면서 "제조 경쟁력이 뛰어난 독일에서 가장 양질의 산업용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미국이 아닌 이곳에 거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데이터 잡는 곳이 세계를 장악한다

    쇼룸에서는 IBM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바꾸고 있는 자동차, 전자, 기계, 운송, 병원 등 각 산업 분야 현장이 시연되고 있었다. 스위스 최대 로봇 기업 ABB는 왓슨을 도입해 로봇에 '고장 예측 시스템'을 장착했다. 공장 안에 있는 수많은 ABB 로봇 중 어느 하나라도 고장 조짐이 보이면 왓슨이 이를 미리 감지해 알려준다. 네덜란드 드론(무인기) 업체 에어리얼트로닉스는 드론으로 풍력 발전기나 석유 굴착기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시설을 촬영한 뒤 IBM IoT 본부로 전송한다. 산제이 부사장은 "왓슨이 기존 데이터와 동영상을 비교해 고장 부위를 찾아내기 때문에 사람은 위험한 곳에 올라갈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고객이 데이터만 준다면 어떤 분야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드론, 사막서 무료 와이파이… MS는 해저 데이터센터
    페이스북 드론, 사막서 무료 와이파이… MS는 해저 데이터센터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의 태양광 드론(무인기) '아퀼라'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아퀼라는 밀림이나 사막 등에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드론이다. 페이스북은이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오른쪽 사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구축하고 있는 해저 데이터센터. 해저에 있으면 별도의 냉각 시스템이 필요 없기 때문에 쉽게 데이터센터를 증설할 수 있다.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데이터 수집을 위해 하늘에 드론과 열기구까지 띄우고 있다. 페이스북은 '아퀼라'라는 태양광 드론을, 구글은 '룬'이라는 열기구를 띄워 밀림·사막 같은 오지에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상에 번거롭게 인터넷망을 설치하는 대신 아예 하늘에서 통째로 데이터를 긁어 모으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워싱턴주 레드먼드에서 세계 최초의 해저(海底)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MS 측은 "해저 데이터센터는 별도의 냉각 시스템이 필요 없다"며 "세계 인구의 50%가 해안가에 거주하는 만큼 주요 해안 도시마다 해저 데이터센터를 매립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가장 빠르게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데이터 독점 위협하는 중국

    아마존·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주도하는 빅데이터 분야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중국이다. 그 선두에는 'BAT'라고 불리는 중국 3대 IT 기업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있다. 이들은 7억명이 넘는 중국 내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자들이 쏟아내는 빅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내 데이터센터 투자는 매년 30%씩 늘고 있고, 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황종성 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세계 최고의 수퍼컴퓨터 경쟁력과 풍부한 인재 덕분에 미국과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기업들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5위는 미국 IT 기업인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이 휩쓸고 있고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3조달러(약 3343조원)로, 세계 5위 경제 대국인 영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기업 가치도 올해 2분기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을 추월했다.

    일각에서는 '뉴 모노폴리(새로운 독점)' 시대가 도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빅데이터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며 막강한 독점력을 갖게 됐다는 것.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세기 미국에서 석유와 전화를 독점했던 스탠더드오일과 AT&T는 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 강제 분할했다"면서 "하지만 데이터 독과점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점점 높아지는 데다 무형의 자산인 만큼 강제 분할과 같은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