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사람 흉내 포기했더니, 더 잘 걷는 두 발 로봇

    입력 : 2017.07.14 14:20

    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 UCLA 교수

    로봇 개발 '발상의 전환'

    사람처럼 좌우 번갈아 걸으면 몸 균형 흐트러져
    펜싱 동작에서 착안… 앞뒤로 가는 다리 개발
    최근 ALC 참석 차 방한… 풍선 단 로봇 '발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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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니스 홍 교수가 만든 로봇 나비로스(NABiRoS). / 데니스 홍 교수
    "두 발 로봇이라고 왜 사람과 똑같은 모양이어야 하죠? 생각을 바꾸면 물 위를 걷고 창문을 넘고 계단을 척척 오르는 로봇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로봇 과학자인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46) 미국 UCLA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연구실에 온 어린이들이 로봇이 두 발로 걷는 게 왜 어려운지 물었을 때 이해할 수 있게 답을 하지 못했다"며 "그 후로 고민을 하다가 생각의 틀을 깨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달걀을 세우지 못할 때 콜럼버스는 달걀의 한쪽 끝을 조금 깨뜨려 세웠다. 홍 교수도 사람처럼 오른발과 왼발을 앞으로 번갈아 움직이게 하는 대신, 앞발이 가면 뒷발이 따라오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바로 로봇 '나비로스(NABiRoS)'이다.

    그는 "인간형 로봇은 왼발과 오른발 사이의 간격 때문에 몸 균형이 걸을 때마다 흐트러진다"며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던 중 펜싱 경기를 보고 무릎을 쳤다"고 말했다. 펜싱선수나 발레리나처럼 두 다리가 한 줄이 돼 옆으로 걸으면 몸 균형이 흐트러질 염려가 없었다. 나비로스는 이 자세를 앞으로 향한 형태다. 계단을 오르는 것도, 창문을 넘는 것도 앞다리가 넘어가고 뒷다리가 따라가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

    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 UCLA 교수
    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는 “모든 걸 잘 하는 로봇보다 한 가지라도 잘 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 오종찬 기자
    홍 교수는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다니다 미국으로 유학 가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시각장애인용 자율 주행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당시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를 두고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GM 젊은 과학자상' '미 국립과학재단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이번에 조선일보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 참석차 방한했다.

    홍 교수는 이번 ALC에서 또 다른 발상의 전환을 발표했다. 바로 풍선 달린 로봇 '발루(BALLU)'다. 가는 철사 같은 두 다리 위에 헬륨 풍선을 달았다. 풍선 덕분에 물 위를 걷고 계단도 날아가듯 올라갔다. 몸이 둥둥 뜨니 넘어지지 않는다. 바람에 날아갈 염려가 있기는 하지만 세상 어느 로봇보다 우아하게 사뿐사뿐 걸을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한 인간형 로봇은 너무 잘 넘어져요. 사람만 한 쇳덩어리가 아기에게 넘어진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게다가 제작비도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의 2~3대 값이죠. 싸고 유용한 로봇을 만들려면 10년 넘게 한 인간형 로봇 연구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홍 교수는 그동안 인간형 로봇 개발의 선두에 있었다. 버지니아공대 재직 중 로봇 월드컵 축구대회인 '로보컵'에 미국 최초로 만든 인간형 로봇 '찰리'를 출전시켜 우승했다. 최근에는 소방관 로봇 '사파이어'를 개발해 실제 군함에서 불을 끄는 시연을 했다. 재난 구조용 로봇 '토르'도 개발했다. 하지만 홍 교수는 "저도 처음에는 다리가 3개, 6개인 로봇을 만들었다"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안정적으로 걷는 데 어떤 게 가장 좋은지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두 다리가 앞뒤로 걷다가 지팡이를 옆으로 짚어 방향을 바꾸는 방식을 개발했다. 다리에 탄성이 좋은 재료를 달아 폴짝 뛰면서 방향을 바꾸는 실험도 해봤다. 가장 최근에 나온 아이디어는 로봇 관절에 탄성을 불어넣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로봇은 모두 관절이 다리를 기계적으로 꺾기만 했다면, 홍 교수가 새로 만든 구동장치 '배드램(BaDRAM)'은 다리를 용수철처럼 튕길 수 있다. 개구리처럼 통통 튀어 다니는 로봇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데니스 홍 교수는 왜 자꾸 연구 주제를 바꿀까. 그는 "모든 걸 다 잘하는 로봇에만 매달리다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년 전에 일본 정부 초청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가봤어요. 아직 어떤 로봇도 원자로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더군요. 모든 걸 잘하는 인간형 로봇이 나오길 기다리기보다는 한 가지라도 잘하는 로봇을 여러 가지 개발하는 게 조금이라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홍 교수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 로봇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며 "아직 걷지도 못하는데 뛰라고 하기보다는 걷는 것부터 제대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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