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AI 한계는 어디까지… '의료계'도 접수

    입력 : 2017.06.16 15:14

    인공지능, 인간 넘어선다
    의사들이 찾지 못한 미세 망막 내 출혈 찾아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 '미국 의학협회지'에 당뇨병으로 인한 실명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을 설명한 논문이 실렸다. 논문 저자는 의사가 아니라 릴리 펭 구글 매니저였고 이 병을 진단하는 의사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었다. '당뇨병성 망막증'을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전 세계 4억명이 넘는 당뇨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협이다.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구글은 미국과 인도의 안과의사 54명이 판독한 12만8000건의 당뇨병성 망막증 영상 기록을 인공지능에 딥러닝(심층학습) 방식으로 가르쳤다.

    알파고가 사람이 둔 바둑 기보를 보고 배운 것처럼 의사의 진단 방식을 배우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구글 인공지능이 망막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한 정확도는 0.95(1에 가까울수록 정확함)에 달했다. 인간 의사 8명의 평균값은 0.91였다. 인간 의사가 잘 구분하지 못한 미세한 망막 내 출혈까지 AI는 정확하게 찾아냈다.

    구글·애플·IBM·삼성전자, 의료 AI 경쟁

    인공지능이 사람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사물인터넷(IoT), 원격 진료 등과 인공지능이 결합하면 병원뿐 아니라 우리 생활 전체를 인공지능이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코트라(KOTRA)는 전 세계 인공지능 의료 시장 규모가 2021년 67억달러(약 7조5000억원)를 돌파하고 향후 2년 내에 미국 내 약 35%의 병원이 인공지능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 의사의 탄생에 앞장서는 곳은 의료계가 아닌 IT(정보기술) 업계다. 알파고를 통해 전 세계에 기술력을 과시한 구글은 인공지능 의사 개발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구글은 인간 유전자 데이터와 가계도를 분석한 뒤 난치병을 치료해 인간 수명을 500세까지 연장하겠다는 AI 칼리코 프로젝트를 2013년부터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1조8000억원을 지원했고 실리콘밸리의 거부(巨富)들도 자금을 내놓았다.

    애플은 지난달 AI 스타트업 래티스 데이터를 2억달러(2250억원)에 인수했다. 일반적인 컴퓨터는 숫자나 문자처럼 정형화된 텍스트를 분석하고 계산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하지만 래티스 데이터는 컴퓨터가 분석하기 어려운 사진·동영상·도면·음성 형태의 데이터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애플이 의료 분야 연구에 이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엑스레이 사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자료 등을 컴퓨터가 이해하게 하여 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AI가 접목된 인공지능 의료 기기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의료 영상 기술 개발업체 메디매치 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뇌출혈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3년 의료 기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CT 전문 개발업체 뉴로로지카를 인수했는데 이 업체의 CT에 AI를 추가한다"고 말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4년 전부터 미국에서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길병원 등 몇몇 병원에서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결장암 등 일부 암에서는 왓슨과 인간 의사의 진단 결과 일치도가 80%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왓슨의 단점도 드러났다. 왓슨을 암 진단에 활용하고 있는 길병원이 이달 초 미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이성 결장암과 위암 환자에서 왓슨과 인간 의사가 제시하는 치료법 일치도가 40%대에 그쳤다. 길병원 연구진은 "왓슨이 암환자 진료를 학습한 미국 진료 지침, 보험 환경 등이 한국과 다르고 항암제 반응도 인종 간에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의 질병 진단에 왓슨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한국인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왓슨에 학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병원도 AI 개발 붐

    의료계도 대응에 나섰다. 의사와 간호사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기 시작하면 일자리가 줄고 병원 운영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손잡고 질병 진단, 치료를 위한 의료 AI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서울아산병원은 올해 초 AI를 활용해 폐·간·심장 질환 영상을 판독하는 '인공지능 의료 영상 사업단'을 출범했다. 삼성서울병원도 벤처 기업 루닛과 협업해 유방암 조기 진단 AI를 개발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음성 인식으로 진료 기록을 작성하고 의료 자료를 모아 분석하는 AI 병원 구축에 나섰다. 연세의료원은 벤처기업 10곳과 함께 질병 예측, 재활 치료, 스마트 응급의료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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