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속는 뽀샵의 세계 '이거 나 맞아?'

    입력 : 2017.06.15 14:29

    포토샵의 득과 실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 맞춘 비슷비슷한 '뽀샵(포토샵 사진보정을 가리키는 은어)' 증명사진이 일반화되고 있다. '포란성(포토샵+일란성) 쌍둥이'란 말까지 나왔다. 성형수술을 많이 받아 얼굴이 비슷비슷해진다고 해서 붙인 '의(醫)란성 쌍둥이'란 말에 이은 특정 미인상에 귀결되는 세태를 풍자한 신조어다.

    "정말 놀랐어요. 얼굴에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배도희(23)씨는 최근 친구에게 배운 포토샵 보정 기술로 자신의 증명사진을 직접 보정 해봤다. 배씨는 작아진 얼굴에 커다란 눈, 오똑한 코, 깨끗한 피부, 정갈한 머리로 탈바꿈한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간단한 조작으로 변하는 모습에 빠져 보정을 멈추기 어려웠어요"라고 말했다.

    최근 사진보정 기술과 앱이 확산되면서 사진을 보정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취업에 필요한 증명사진은 물론 일반 사진도 뽀샵은 필수다.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 내거나(Crop) 밝기와 채도를 조절하는 작업은 휴대폰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셀카는 더 편해졌다. 360도 카메라, 스노우캠과 같은 사진앱은 셔터를 누르기 전부터 화면에서 깨끗한 피부와 갸름하게 바뀐 얼굴을 보여준다.

    포토샵은 대표적인 이미지 보정 및 편집 프로그램이다. 인물 보정엔 픽셀유동화 필터(Liquify filter)가 필수다. 뒤틀기 도구(Forward warp tool)를 이용해 전반전인 얼굴과 몸매를 다듬을 수 있다. 최신 버전은 얼굴 도구(Face tool)를 누르면 자동으로 얼굴을 인식한다. 주변은 건드리지 않고 눈, 코, 입, 이마, 턱, 얼굴 크기 등 원하는 부위를 줄이거나 키울 수 있고, 초보자도 복제 도장 도구(Stamp tool)와 복구 브러시 도구(Healing brush) 로 피부 잡티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

    많은 사진을 보정하는 웨딩사진 업체는 플러그인을 선호한다. 포토샵과 연동이 가능한 프로그램인 포트레이쳐(Imagenomic Portraiture)는 피부 보정에 특화된 플러그인이다. 이목구비와 머리카락, 옷의 디테일 등을 건드리지 않고 피부만 깨끗하게 만든다. 피부 잡티를 하나하나 제거하는 수고를 덜어줘 일관성을 갖춘 보정이 가능하고 작업의 효율을 높인다. 서울의 한 웨딩 스튜디오에서 리터쳐로 일하는 강 모(25)씨는 "피부가 좋지 않아 촬영을 주저 하는 신부님들에게 포토샵 보정에 대해 설명해주면 마음을 열고 촬영에 임한다"고 말했다.

    후보정이 일상이 된 만큼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서울에서 일하는 박 모(25)씨는 작년 11월 소개팅 자리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소개팅 어플에서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드는 한 여성을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한 장소에서 그녀를 찾지 못했다. 붐비는 인파 속에서 서로 '어디세요' '여기 있어요' 문자를 주고받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전화를 걸자 사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박모씨 앞에 나타났다. 실망한 박씨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어느 정도 보정은 예상했지만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라고 말했다.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광고 사진의 경우 간혹 실수가 드러나 빈축을 산다. 배가 나온 모델을 마르게 보이게 하려다 갈비뼈가 사라지고 배 근처의 손가락이 콩나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 속 거울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거울엔 보정 전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한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 장 모(43)씨는 "응시원서 사진 속 신입사원들은 모두가 총명한 눈에 오똑한 코, 얼굴은 브이(V) 라인을 갖고 있습니다"라며 "면접장에서 실물을 보기 전까진 사진을 신뢰하지 않지만 잘생기고 이쁜 사진에 눈길이 가는 건 사실 입니다"라고 말했다.

    과한 보정을 요구하는 이유도 있다.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보이기 위해서다. 회원 수 220만 명이 넘는 한 취업 정보 인터넷 카페에는 '사진 수정방'이 따로 운영된다. 취업 준비생들은 이곳에 자신의 증명사진을 올리고 '과한 뽀샵'에 세련된 정장을 합성해줄 것을 요청한다.

    취업 준비생 정 모(27)씨는 "다들 눈에 띄려고 보정을 하는데 나만 솔직한 모습으로 불리할 이유가 없다"며 "사진으로라도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과한 보정을 요구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물 사진의 경우 촬영과 더불어 얼마나 보기 좋은, 감각적인 보정을 하느냐도 사진가의 실력이 되었다. 개개인에 알맞은 배경색과 조명을 활용한 증명사진으로 유명한 인물 사진작가 김시현(23)씨는 "사람마다 각자 예쁘게 나오는 각도와 어울리는 빛이 다릅니다. 사진에 찍힌 인물의 원본엔 비대칭인 얼굴과 피부 상태, 눈의 충혈, 잔머리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라며 "눈을 억지로 키우고 턱을 깍아내리는 보정이 아닌, 눈으로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인물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보정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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