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더 카메라다워지는 중

    입력 : 2017.06.16 03:03 | 수정 : 2017.06.16 09:42

    시대 흐름따라
    카메라 시장 재편

    고화질·고성능 주력하며
    사진 본연 느낌 살리는
    카메라 만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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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 Images Bank
    주말을 맞아 책상을 정리하던 설현씨는 서랍 속에서 넣어둔 채 잊고 있었던 카메라를 발견했다. 늘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던 손바닥 만한 크기의 컴팩트 카메라였다. 설현씨는 학창시절부터 컴팩트 카메라를 사용하며 화소수가 높은 신제품이 나오면 업그레이드 욕심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그러다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 이후로는 더 이상 핸드백에 컴팩트 카메라를 넣어 다니지 않는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발표된 직후,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는 꾸준하게 컴팩트 카메라 시장을 잠식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세계적으로 1억8백만대 이상 팔렸던 컴팩트 카메라는 2016년 1200만대 판매에 그쳤다. 6년 만에 판매량이 89%가량 감소한 것이다. 설현씨의 컴팩트 카메라가 책상 서랍으로 들어간 이유는 스마트폰에 부착된 카메라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에 있다. 고급 스마트폰에는 1200만 화소가 넘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고, 광각렌즈를 포함한 듀얼 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폰도 있다. 그리고 최근 일부 스마트폰에서는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아웃포커스 효과도 표현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컴팩트 카메라는 더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이에 카메라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 전략을 수정했다. 일부 카메라 브랜드는 컴팩트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했고, 대부분은 컴팩트 카메라 대신 고급 카메라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카메라 시장이 재편된 것이다.

    과거 카메라 뒷면을 열고 필름을 갈아끼우던 시절이 있었다. 필름 카메라는 사진의 탄생 이후로 100년이 넘게 사진과 함께 발전해왔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카메라 업계는 큰 지각 변동을 겪었다.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해야 하는 필름 카메라에 비해 촬영한 즉시 사진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혁명이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필름 카메라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도래했다. 혁명은 편의성으로 이어져 싸고, 가볍고 휴대성이 좋은 컴팩트 카메라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또다시 카메라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와의 경쟁에서 컴팩트카메라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카메라업체들은 컴팩트카메라 생산을 대폭 축소하고, 대신에 고화질·고성능 면에서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렌즈교환식 카메라 중심의 고급 카메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초기에는 카메라에 무선 전송 기능이나 필터 효과 같은 부가 기능을 탑재하는 데 주력하기도 했지만, 꾸준한 기술 발전으로 최근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이러한 부가 기능들조차 상향 평준화 되어 있다. 그러면 스마트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카메라는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까? 카메라 업체들은 사진 찍는 본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카메라를 만드는 것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사진의 디테일을 강조할 수 있는 '카메라다운 카메라'가 필요한 시점이다.

    카메라 업체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진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사진 인구'가 늘었다는 점을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고품질의 사진을 원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를 보면 2010년도에는 렌즈교환식 카메라(DSLR/미러리스)가 전 세계에 1290만대 판매됐었는데, 2016년도에는 1100만대가 판매됐다. 컴팩트 카메라의 판매량이 같은 기간 89% 감소한 것을 생각하면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각 업체는 카메라의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시장을 내줬던 컴팩트 카메라는 고급화, 특수화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의 화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높은 화소가 아니라 필름 역할을 하는 이미지 센서의 크기다. 1/3인치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질을 뛰어넘기 위해 최근에는 1인치 이상의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고급 컴팩트 카메라들이 출시되고 있다. 캐논의 파워샷 G 시리즈와 소니의 RX100 시리즈는 1인치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내장된 이미지 센서보다 3배 이상 큰 이미지 센서에 사진을 담아 고화질로 무장한 것이다. 2000mm의 초망원 줌렌즈를 장착한 니콘 P900s나 방진·방한·방수 기능을 강화해 스포츠 애호가나 탐험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올림푸스 TG-트래커 같이 특수한 기능으로 차별성을 강조한 컴팩트 카메라도 있다.

    컴팩트 카메라 시장이 축소됐지만 DSLR와 미러리스 카메라로 구성된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업체들의 집중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먼저,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들이 각 업체의 주력 제품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필름 카메라에 주로 사용하던 필름(36×24mm)과 같은 크기의 풀 프레임 이미지센서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최고화질의 기준이 되고 있다. 출시 초기에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는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플래그십 DSLR 카메라에 주로 탑재됐었지만, 최근에는 중급 DSLR은 물론이고 미러리스에도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넣은 카메라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5D 시리즈로 풀프레임 DSLR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캐논은 계속해서 풀 프레임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주력해온 소니는 일찌감치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대중화를 위해 플래그십 알파 9과 더불어 중급 라인업인 알파7 시리즈에도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파나소닉과 올림푸스도 최근 각각 루믹스GH5와 E-M1 mark 2와 같이 풀프레임 카메라에 필적하는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를 발표해 고화질 고성능 카메라 경쟁에 뛰어들었다.

    소형 경량화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보급형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성능도 고급형 카메라 수준으로 향상됐다. 풀 프레임 센서의 75% 크기인APS-C 이미지 센서가 주로 탑재된 보급형 카메라에 플래그십 카메라에 있던 기술이 대거 적용되기 시작했다. 사진에 익숙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고급기에 적용되었던 기술을 가져와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니콘에서 선보인 D7500의 경우 플래그십 D5에 사용된 화상 처리 엔진을 적용해 풀프레임 못지 않은 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성능에 있어서도 기술 개선을 통해 고감도 지원과 고속촬영을 가능하게 만들어 고급 기종과의 성능 차이를 줄였다.

    디지털 카메라의 고급화에 맞춰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도 등장하고 있다. 중형 카메라로 유명한 핫셀블라드가 작년에 세계 최초로 출시한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X1D는 대형 사진을 위한 촬영에 주로 사용되던 중형 필름 크기(43.8×32.9mm)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5000만 화소를 자랑한다. 후지필름에서도 올해 초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GFX 50S를 출시했다.

    카메라 시장의 재편으로 카메라와 렌즈 개발 기술을 다른 산업에 적용시켜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세계 드론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DJI는 핫셀블라드의 주식 일부를 사들이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항공 촬영에 고화질 카메라 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해서다. 올림푸스의 경우 최근 카메라보다는 오히려 그동안 쌓아온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현미경, 산업용 내시경을 비롯해 의료기기와의 접목에 주력하고 있다. 카메라 개발과 더불어 관련 기술을 통해 다방면의 산업계로 진출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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