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LG G6 대신 갤럭시 S8+를 개통했나

    입력 : 2017.04.21 14:41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을 넘어선 게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 개인 취향과 경제력까지를 반영하는 기호식품처럼 느껴진다. 탄산음료를 예로 들어보면 코카콜라와 팹시가 누군가에게는 차이가 없지만 또 누군가에는 전혀 다른 음료다. 그 차이 때문에 팹시는 늘 코카콜라보다 싼 편이다. 겨우 몇 백 차이지만 워낙 세계적 규모로 팔리는 음료다보니 다 합쳐보면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어쩌면 음료보단 옷에 비교하는 게 더 적합할지 모르겠다. 매일 입는 옷도 누군가는 SPA 브랜드에서 적당히 사서 입고 누군가는 백화점에서 훨씬 많은 돈을 주고 산다. 입고 마시는 일은 인간의 기본 욕구라 여기는 가장 중요한 행위다. 그런데도 돈이 없으면 입고 마시는 일은 그 규모를 좀 줄일 수 있다.

    스마트폰은 그 반대다. 오히려 쓰는 돈은 늘어나고 있다. 경기불황이라고 전 세계가 아우성이고 대한민국 청년실업은 OECD 최고 수준이라는 보고까지 있는데 최고급 스마트폰 가격은 떨어질지 모르고 통신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정부까지 가세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단통법을 만들어 스마트폰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있으니 최소한 한국인의 삶에서 스마트폰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봐야 타당하겠다.

    별 의미 없는 개똥철학을 늘어놓은 건 순전히 갤럭시 S8+를 구매한 자신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LG G6를 살까 고민하다가 예상보다 한참 빨리 갤럭시 S8이 풀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갤럭시 노트5를 아주 잘 사용하고 있었지만, 마치 좀 입다가 지루해진 재킷처럼 바꾸고 싶어졌을 때 주인공들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삼성 갤럭시 S8+
    뽑기운이 좋았는지 다행스럽게 액정에 붉은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왜 S8+일까. 우선 해외매체 평가 중 하나를 빌려와야겠다. “갤럭시 S8은 스마트폰이 섹시하다고 느껴지게 한 첫 번째 제품이다.” “갤럭시 S8은 마치 2025년에서 온 듯한 디자인이다.” 정확히 어느 매체의 평인지 찾진 못했지만, 이런 평가들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1999년 5월 개봉)’ 1편을 처음 봤을 때 같이 감탄했으니 말이다. 그전까지의 액션 영화들은 여전히 1990년대의 스타일과 기술에 머물러 있었다. 무한정 쏟아져 나오는 그저 그런 복제품들이었다. 보고나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들이었다. 그때 매트릭스가 나왔다. 이건 시작부터 전혀 달랐다. 일본 애니메이션 전성기 시절을 대표하는 ‘아키라’를 완전히 뛰어넘을 수 있는 실사판 영화가 나오리라 생각지 않았었는데 그게 바로 매트릭스였다. 영화의 키가 되는 대사처럼 “보이진 않지만 느껴지는, 알고 있는 그것” 말이다. 갤럭시 S8은 그걸 해냈다. S8을 보고나면 G6는 이미 수년전 삼성과 애플이 이룩한 것들을 모방한, 지루한 ‘상품’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그렇고. S8 이전의 갤럭시 시리즈도 같은 수준이었지만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제품이 멀쩡하게 작동하고 후속지원도 계속되리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LG G5는 단순히 판매에서 실패한 게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실패다.

    S8은 승자의 여유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더 마음에 든다. LG는 G5의 실패 때문인지, G6에서 자신들이 이룩한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지나치게 애를 쓴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이다. G6의 광고에서는 여전히 기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18대 몇이라는 화면비는 S8에도 적용한 것이다. LG가 자신들의 스마트폰보다 삼성 스마트폰에 더 공들인 것 아니냐는 조소 섞인 댓글이 여기저기 출몰하는 이유다. 쿼드댁(Quad Dac)도 강조하지만, 몇몇 오디오 애호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DAC이 무언지조차 관심이 없다. 게다가 갤럭시 S8과 S8+ 모두 하이파이 DAC을 탑재했다. G5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많이 팔고자한다면 잘 달리는 디젤차를 만들어야지 전기차를 만들어 팔아선 안 될 노릇인데 말이다. 그것도 기존 차량에 구동계만 바꾼, 비슷한 걸로 말이다. 그 반대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테슬라가 이미 증명했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개통하다보니 이틀이 지났는데도 내 순서는 아직이다. 덕분에 S8+는 아직 본격적으로 써 보지도 못했다. 개통하기 전 대리점에 물어봤다. G6 찾는 사람이 좀 있냐고. “100명 오면 한 10명도 안돼요.”

    본래 기호식품이란 게 대왕 카스테라처럼 다 흐름을 타기 나름이다. 몰릴 때 왕창 몰리다가도 별로란 소문이 돌면 금세 외면한다. 더군다나 신뢰를 잃었다면 인기를 회복하기 어렵다. 출시 된지 2년 남짓한 모델의 OS 업그레이드를 지원하지 않고, 모듈 출시도 포기한, 약속을 쉽게 버리는 브랜드. 마치 대선공약처럼 당선되고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겠지 싶지만 소비자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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