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수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시대' 온다

    입력 : 2017.03.10 15:02

    뛰어난 성능
    양자컴퓨터 상용화되면 수퍼컴퓨터가
    1000년 걸리는 계산… 몇 분이면 해낼 수 있어

    구글·IBM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출시 위해 경쟁 치열

    국내 기술력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 기술 격차 7.6년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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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그리피스대 양자역학센터에서 데이비드 키엘핀스키 교수가 전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통제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관련 장비를 시험하고 있다. / 그리피스대 제공
    "4~5년 뒤면 현재 수퍼컴퓨터보다 수십만~수백만 배의 속도를 가진 컴퓨터가 우리 생활에 스며들면서 인공지능(AI)·암호·재료과학·신약 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열릴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발행하는 '테크놀로지리뷰'는 지난달 '올해의 10대 혁신기술'을 발표하면서 미래 컴퓨터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크놀로지리뷰가 소개한 컴퓨터는 반도체로 움직이는 현재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양자(量子·quantum)컴퓨터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이 분야에 쏟아부으며 최초의 상용 양자 컴퓨터를 출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수퍼컴퓨터보다 수십만 배 성능 좋은 양자컴퓨터

    수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시대' 온다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소에 설치된 양자컴퓨터 ‘D웨이브’의 모습. 이 컴퓨터는 가격이 1500만달러에 달한다. / 구글 제공
    현재의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이진법 신호로 작동한다. 스위치를 켜 전기가 흐르도록 하면 1, 스위치를 끄면 0을 나타내는데 이를 이용해 연산을 하거나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내는 식이다. 0이나 1의 상태가 '비트'라는 정보의 기본 단위가 된다. 비트의 양이 늘어날수록 성능도 비례해서 발전한다. 더 작은 반도체에 더 많은 비트를 담는 것이 현재 반도체 회사들의 목표이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에서 나타나는 양자역학(量子力學)을 이용한다. 양자역학은 확률로 물질의 상태를 표시한다. 0과 1이 아닌 중간 단계가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이용하면 두 가지가 아니라 00, 01, 10, 11과 같은 4가지 표현이 가능하다. 이 단위를 '큐비트'라고 한다. 큐비트 세 개가 있으면 8가지 상태를 표현할 수 있고 네 개는 16가지 상태가 가능해진다. 10개가 있으면 무려 1024가지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비트를 늘리는 것보다 큐비트를 늘리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성능 개선의 한계에 부딪힌 컴퓨터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과학자들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수퍼컴퓨터로 1000년이 걸리는 계산을 불과 몇 분이면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양자컴퓨터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일반인은 물론 물리학 전공자 중에서도 양자역학을 이해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양자컴퓨터를 처음 구상한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12명 있지만,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 잇따라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어

    수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시대' 온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 연구진이 양자컴퓨터의 작동 모습을 표현한 그림. / 네이처 제공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자(電子)에서 일어나는 양자현상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은 작년 6월 전자 9개를 제어할 수 있는 9큐비트 규모의 양자컴퓨터를 시연했고, IBM은 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공개했다. IBM의 5큐비트 양자컴퓨터는 이미 4만명 이상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IBM은 지난 8일 "가까운 시일에 50큐비트 규모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해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본격적인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양자역학 전문가를 대거 채용해 1~2년 내에 상용 양자컴퓨터를 출시할 계획이다.

    캐나다의 컴퓨터개발업체 D웨이브는 특정 용도로만 활용하는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한 대에 1500만달러(약 174억원)에 팔고 있다. 이 제품은 특정 수학 계산만을 수행하지만, 속도는 기존 컴퓨터보다 수백 배 이상 빠르다. D웨이브 제품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등이 사용하고 있다. D웨이브 측은 "기존 컴퓨터가 18개월에 집적도가 두 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한 것처럼, 양자컴퓨터도 큐비트가 늘어나며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양자컴퓨터의 불모지나 마찬가지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양자컴퓨터 기술력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기술 격차는 7.6년에 이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에서 초보적인 수준의 큐비트를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IBS 관계자는 "양자컴퓨터에서 필요한 현상들을 제어하는 기술은 한국도 경쟁력이 있다"면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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