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20대 억만장자, 비밀 경영 택한 까닭은?

    입력 : 2017.03.11 03:02 | 수정 : 2017.03.13 13:23

    에반 스피겔 '스냅' CEO

    '공유' 안 되는 스냅챗
    글·사진 보내면 10초 만에 사라져 10~20대 열광
    기밀 유지하려 실리콘밸리 대신 560㎞ 떨어진 LA에 본사

    에반 스피겔 스냅 CEO는 베일에 가린 비밀스러운 경영자와 할리우드 유명인이라는
    에반 스피겔 스냅 CEO는 베일에 가린 비밀스러운 경영자와 할리우드 유명인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작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비벌리 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그래미’ 전야제에 참석한 스피겔(왼쪽)과 수퍼 모델 출신 연인 미란다 커 / Getty Images 이매진스

    "비밀스럽고, 알려지지 않은 경영자." 최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20대에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스냅의 CEO(최고경영자) 에반 스피겔(26)에 대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다.

    글이나 사진을 보내면 잠시 보이다 10초 만에 사라져 버리는 '휘발성 메신저' 스냅챗 운영사인 스냅은 지난 2일 증시 상장 직후 24.48달러에 거래되면서 단숨에 시가총액 330억달러(약 38조3000억원)를 넘겼다. 이는 2012년 페이스북(상장 첫날 시총 120억달러), 2013년 트위터(183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IPO 성적이다. 8일(현지 시각) 현재 스냅의 주가는 22.8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스피겔은 최고기술책임자(CTO) 보비 머피와 함께 스냅 주식 20%인 2억2300만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50억달러(약 5조7700억원)에 달한다.

    이번 IPO는 세계적 화제가 됐지만 창업자 스피겔에 대해 알려진 바는 별로 없다. 수퍼모델 출신 연인 미란다 커(34)와 함께 신문 가십난을 장식하는 유명인이지만, 기업 경영 방식은 정반대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종종 독단적이라는 말도 듣는다. 베일에 가린 이 젊은 억만장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공유·개방의 반대로 간 스냅챗

    스냅챗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추구하는 공유·개방이라는 이념과 반대되는 전략을 택했다. 우리나라 카카오톡이나 일본 라인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지만 스냅챗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사용자가 친구에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도 다른 사람과는 공유할 수 없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이 좋아하는 글·사진·동영상을 돌려보는 기능이 핵심이라면 스냅챗은 순식간에 내용이 사라져 버려 공유 자체가 안 된다. 이 때문에 비밀 이야기나 엽기 사진을 친구한테만 살짝 보여주기 바라는 10~20대들이 열광했다.

    스피겔의 경영 방식은 폐쇄적이다. 출퇴근 여부도 직원들에게 노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냅 본사가 실리콘밸리에서 560㎞나 떨어진 LA에 있는 것도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냅에 대해 "IT(정보기술) 업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 중 하나"라고 했다. 직원들이 각자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철칙도 유명하다.

    CEO이자 할리우드 유명인

    스피겔은 개발자 출신이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은 중퇴했다. 스피겔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 잡스 역시 개발자가 아니었고 디자인을 중시했다. 대학을 중퇴했으며, 비밀과 보안을 강조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 실리콘 밸리 문화에 흠뻑 젖었던 잡스와 달리 스피겔은 IT 업계 경력이 거의 없다. 스포츠 음료 회사 레드불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기술보다 마케팅을 먼저 접했다. 반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나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등은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시리아 이민자를 친부(親父)로 둔 잡스나 러시아 이민 가정 출신 브린처럼 불운했던 과거 같은 것도 없다. 스피겔은 청소년 시절 변호사 아버지와 헬기를 타고 캐나다에서 스노보드를 즐겼던 부잣집 도련님 출신. 그래서일까. 비밀스러운 기업 운영 방식과 달리 그의 사생활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과 함께 캘리포니아 비벌리 힐스에서 열리는 그래미상 전야제에도 얼굴을 보인다. 그와 연인 미란다 커의 모습을 파파라치들이 끊임없이 쫓아다닌다.

    경영권에 대한 집착

    IPO에서 스냅이 신규 발행한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그 덕분에 스피겔과 공동 창업자 보비 머피는 상장 후에도 의결권의 70% 이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냅은 창업 초기 라이트스피드라는 벤처캐피털에서 48만5000달러(약 5억6000만원)를 투자받았다. 당시 그는 투자자들의 경영 간섭을 받으며 자주 갈등을 빚었다. 뉴욕타임스는 "투자자에 대한 불신이 스냅의 경영권 보호주의를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공유와 개방 대신 독점과 비밀을 선택한 그의 경영 방식이 언제까지 통할지도 관심이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는 "스냅은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젊은 층 위주인 이용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며 "스피겔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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