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된 보급형 3D 프린터 시대, 직접 사용해 보니…

    입력 : 2015.07.06 16:41

    [사용기] XYZ프린팅 노벨 1.0

    올해 초 IT 시장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는 2018년 전 세계 3D프린팅 시장 규모가 135억달러(한화로 약 14조) 규모가 될 것이라는 흥미로운 전망을 내놨다. 3D 프린터 시장이 발달한 미국은 이미 관련 제품 시장의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그 부작용으로 3D 프린터로 만든 총이 등장해 큰 사회적 파장이 일었던 사건까지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탐지가 불가능한 3D 프린터 권총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한 자동차 쇼에는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전기모터와 타이어까지 탑재해 실제 주행이 가능한 모델이었다. 관련 업계는 수년 안에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를 거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세계 시장의 이런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국내 3D 프린팅 시장은 잠잠하기만 하다. 작년에 정부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지정해 대대적인 홍보와 지원책을 약속했지만, 관련 기술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이 전무해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기기 가격은 개인 사용자가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싸졌지만, 3D 프린팅을 위한 3D 디자인 소스가 부족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XYZ프린팅 노벨 1.0

    아직은 낯설기만 한 3D 프린팅을 전문가와 관련 업체의 도움을 받아 사용해 봤다. 먼저 프린터는 올해 국내에 처음 공식 출시한 XYZ 프린팅 노벨 1.0(Nobel 1.0)을 선택했다. SL 방식의 3D 프린터로 CES 2015에서 3D 프린터로서는 유일하게 '에디터스 초이스 어워드(Editor's Choice Awards)'를 수상했다.

    3D 프린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하는데 그 중 하나가 SL 방식이다. SL는 액체 상태의 ‘광경화성 수지’가 담긴 수조 안에 레이저 빔을 투사하여 조형하는 방식으로 현존하는 3D 프린팅 방식 중 가장 높은 정밀도를 구현한다. 노벨 1.0 역시 액체 상태의 레진(resin)과 UV 레이저를 이용해 최소 0.025mm 수준의 정밀한 프린팅을 지원해 매끈한 표면이나 정밀한 공정이 요구되는 보석 시제품, 의료용 치과보형물까지도 만들 수 있다.

    XYZ프린팅 노벨 1.0

    노벨 1.0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싸다는 점과 자동 리필 시스템이다. 고정밀 작업이 가능한 SL 프린터가 2백만 원대 초반이면 경쟁사가 쫓을 수 없을 정도의 가격이다. 또한, 종이에 글자나 그림을 인쇄하는 프린터는 토너나 잉크 카트리지에서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면 그만인데 반해 기존 3D 프린터는 토너 역할을 하는 레진을 순전히 수동으로 필요한 만큼 부어가며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노벨 1.0은 레진 수위를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자동으로 충전한다.

    자동 리필 시스템이 없는 타사 제품은 레진양을 계산해서 넣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떨어지면 기다렸다 채워줘야 한다. 만약 타이밍을 놓쳐 레진을 제때 채워주지 못하면 결과물이 엉망이 된다. 3D 프린팅은 아주 작은 제품을 만드는데도 몇 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한 번 실패하면 깊은 좌절을 맛봐야 한다. 그만큼 자동 리필 시스템은 꼭 필요한 기능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3D 프린팅을 위해서는 3D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보통 srt 파일을 전용 프로그램으로 불러들여 사용하는데 이 srt 파일은 3D CAD를 이용해 만든다. 인터넷만 잘 뒤져도 독학으로 3D CAD를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재주도, 의지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 소스를 공짜로 나눠주는 사이트들이 있다.

    XYZ프린팅 노벨 1.0
    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다양한 작업을 하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얻는 방법도 있다. 디자인 메소즈(Design Methods)는 제품 디자이너들과 그래픽 디자이너들로 이뤄진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들의 작품은 사이트(http://designmethods.kr/Lighting_3D_Printed)에서 볼 수 있으며, 1년 전 서울 명동에 문을 연  '스몰하우스빅도어(Small House Big Door)'에는 이 호텔만을 위해 디자인한 펜던트 조명 시리즈를 직접 볼 수 있다.

    XYZ프린팅 노벨 1.0
    XYZ프린팅 노벨 1.0
    낡은 창고 건물을 아주 현대적인 느낌의 특색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된 데에는 3D 프린터 활용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이 실험적인 호텔의 인포메이션과 조명, 비스트로의 메뉴판 등은 모두 3D 프린터로 만들어져서 아직은 생소한 3D 프린팅을 투숙객은 물론 일반 방문객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XYZ프린팅 노벨 1.0

    설계도만 가지고 있다면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USB로 연결된 PC에서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프린팅할 제품의 도면을 열고, 프린터 내에 사출된 위치와 정밀도를 설정한 후 제작을 시작하면 된다.

    이제 사출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뿐이다. 이번에 프린팅한 펜던트 조명은 LED 램프에 그대로 씌워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노벨 1.0은 작은 정보창을 통해 작업 완료 예상 시간을 보여준다. 작업 시간은 제품의 디자인과 크기, 정밀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테스트를 위한 것이라 정밀도를 보통으로 하여 작업 시간을 단축시켰다. 총 예상 시간은 8시간 12분 44초였다. 직장에서는 퇴근할 때, 집이라면 자기 전에 시작해 두면 아침이면 완성되어 있을 시간이다.

    XYZ프린팅 노벨 1.0
    XYZ프린팅 노벨 1.0

    작업이 완료되면 완성품을 판에서 띄어내고 알코올에 튀어나온 부분들을 녹여서 정리하는 일이 남았다.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포질을 하거나, 추가로 색을 칠하는 작업만 하지 않는다면 수작업이 거의 필요 없다.

    3D 프린터는 사람이 없을 때 작업하도록 만들거나 별도의 작업 공간이 꼭 필요한 제품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기계음이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XYZ프린팅 노벨1.0

    실제 작업을 해 보니 디자인만 확보하면 3D 프린터 사용법 자체는 무척이나 쉬웠다. 유일한 걸림돌이라고 하면 유지비 정도. 3D 프린터가 사용하는 레진 가격은 브랜드마다 다른데, XYZ 제품은 100ml당 14.9달러, 국내 유통가로는 1kg당 189,000원이다. 레진만 전문으로 제조하는 회사를 제외하면 중간정도 가격이다. 아주 싸진 않지만, 자동 리필 기능을 생각하면 프린터만큼이나 합리적인 가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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