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이통3사만 바라보는 이유는

    입력 : 2013.03.14 16:37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보조금을 일삼은 이동통신 3사에 또다시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소극적인 관리자라는 의미의 ‘식물위원회’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14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영업정지가 시작되기 이전에 휴대전화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을 넘겨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한 SK텔레콤(017670), 케이티(030200), LG유플러스(032640)에게 각각 31억4000만원, 16억1000만원, 5억6000만원 등 총 53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 출고가가 90만원대 후반이던 갤럭시 S3가 17만원까지 떨어지는 '갤럭시 대란'이 발생했을 때도 순차적 영업정지 처분과 함께 SK텔레콤 68억9000만원, KT 28억5000만원, LG유플러스 21억5000만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이러한 방통위 징계는 보조금 과열을 막는 의도이기보다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통사들은 연간 수조원의 매출 및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며 연간 보조금 경쟁을 위해 쓰는 마케팅 비용도 수조원에 달한다. 5억~70억원의 과징금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뒷북 제재도 문제다. 방통위는 영업정지 시행 전인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1월 7일(10영업일) 시행한 시장조사에서 밝혀진 보조금 지급행위를 두 달 이후인 이날(14일)에나 논의했다. 통신사 영업정지 기간에도 통신 3사 간에는 서로 보조금 정책에 대한 폭로전이 계속됐지만, 방통위는 이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보조금 과열의 경우 초기에 보조금 전쟁을 시작한 사업자를 찾아내 적시에 제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대책으로 알려졌다. 한 통신사가 먼저 보조금 전쟁을 시작하면 타 통신사들도 자사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보조금을 따라 올리는 후속 대응을 하는 것은 시장논리상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제때 제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생색내기 과징금 처분에 그쳤다.

    이러한 방통위의 행동은 통신비 절감에 팔을 걷어붙인 박근혜 정부의 방침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방통위 대신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지난 13일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보조금 과다지급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제재 및 근절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공약 및 인수위 시절부터 서민경제 보호취지 차원에서 강조했던 통신비 절감의 연장 선상이다. 통신사가 보조금(마케팅) 비용을 쓰면 쓸수록 이는 고객들의 통신비용으로 전가돼 결국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통신비는 가계 소비지출의 큰 부담 중 하나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용은 15만2000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6.6%(9500원)이나 올랐다. 이는 의류신발(5.9% 증가), 주거수도광열비용(5.5%) 등 다른 소비지출 분류들보다도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통신비가 인상에는 스마트폰 도입으로 인해 비싸진 요금제도 한몫했다. 그러나 통신사들의 높은 요금제 도입 때에도 방통위는 수수방관했다. 지난 1월 10만원대 LTE 무제한 요금제를 통신 3사가 하루 간격으로 내놓아 담합 의혹이 제기됐지만, 방통위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가장 먼저 LTE 무제한 요금제를 준비해 출시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우리는 (LTE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 방통위의 인가를 받는데만 2~3주 넘게 소요됐는데 최대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는 하루 만에 인가해줬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방통위는 왜 청와대와 국민을 무시하고 통신사 이익에만 부합하는 정책을 펴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방통위와 통신사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방통위 직원들이 퇴직 후 가는 곳이 바로 통신사이기 때문에 퇴직 이후를 감안하면 통신사를 심하게 제재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방통위 출신들이 각 통신사의 요직에 포진해 있는 상태여서 ‘선배’를 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KT회장과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방통위 전신인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이다. 또 LG유플러스와 KT의 부사장 등도 정통부 또는 방통위 출신이며 그외에도 많은 방통위 출신들이 통신사에 포진해 방통위와 연관된 대외협력 업무를 하고 있다.

    방통위의 어중간한 상황도 이유 중 하나다. 곧 박근혜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컨트롤 타워로 지정한 미래창조과학부에 방통위의 기능이 대거 이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업무를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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