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열서 이탈 때 경보… "참새 짹짹" 대신할 앱 개발

    입력 : 2012.08.28 03:13 | 수정 : 2012.08.28 16:06

    [KAIST 송준화 교수 연구진]
    라디오 전파로 위치추적, GPS와 달리 실내서도 작동 원활
    야외학습 효과 점검에 도움… 사회성 정도도 파악할 수 있어

    동물원이나 박물관에서 줄지어 교사를 따라가는 유치원생들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지도교사의 마음은 다르다. 행여 길을 잃어버리는 아이가 나오지 않을까 불안하기 그지없다.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과 라디오 전파 센서로 교사의 걱정을 해결했다. 아이가 대열을 이탈하면 바로 교사의 스마트폰과 헤드셋에 경보를 울려주는 기술이다. 줄을 유지하기 위해 "참새 짹짹, 오리 꽥꽥"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즐거운 야외학습이 가능해진 것이다.

    라디오 전파로 아이들 간 거리 파악

    위치추적기술은 대부분 GPS(위성기반위치확인시스템)를 이용한다. 하지만 박물관이나 과학관 같은 실내에서는 위성신호를 받지 못해 GPS 기술이 무용지물이다. KAIST 송준화 교수(전산학) 연구진은 실내외에서 모두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라디오 전파(電波)를 이용했다.

    나들이를 나온 유치원 아이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 KAIST 송준화 교수 연구진은 야외학습을 나온 아이들이 대열을 벗어나면 스마트폰으로 경보를 울려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재우 기자
    연구진은 유치원생이 멘 가방 어깨 쪽에 라디오 전파 센서를 달았다. 센서는 교사가 든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른 유치원생의 센서와도 통신한다. 이를 통해 한 아이가 다른 아이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스마트폰에는 전파 신호들을 모아 아이들 간의 평균거리를 구하는 프로그램(앱)을 설치했다. 만약 평균 거리가 1m인데 철수와 영이가 다른 아이들과 5m 더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오면 스마트폰이 지도교사가 낀 헤드셋에 경보음을 보낸다. 교사는 스마트폰으로 철수와 영이가 대열에서 이탈했음을 알고 친구들과 보조를 맞추게끔 할 수 있다.

    야외학습에서 실험한 결과 경보음 정확도는 86.5%로 집계됐다. 간혹 아이들이 옆에 있는데도 경보음이 울리는 경우는 있었으나 아이가 멀리 떨어졌는데 경보가 안 울리는 적은 없었다. 지도교사들은 "경보장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겠지만 수시로 인원 점검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물원·영화관 등 장소 따라 경보 신호도 달라져

    라디오파로 위치를 추적하기는 쉽다. 문제는 언제 이탈 경보를 내느냐다. 동물원처럼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는 아이가 교사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게 자연스럽다. 연구진은 해답을 얻기 위해 지역 유치원의 도움을 받아 6개월 동안 유치원의 야외학습을 11번 따라가 아이들의 행동을 분석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아이들은 보통 친한 친구끼리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움직였다. 과학관에서 영화를 볼 때처럼 이동이 덜한 곳에서는 큰 그룹을 이뤄 뭉치고, 동물원에서 신기한 동물을 보거나 과학관의 전시물을 볼 때면 다시 소그룹으로 나뉘었다.

    센서가 내는 신호 그래프 역시 아이들이 영화를 볼 때면 한 곳에서 뭉쳐 나왔다. 하지만 넓은 전시관으로 가면 군데군데 작은 신호그룹이 나왔다. 박사 과정의 장혁재 연구원은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대부분은 한데 모여 있지만, 몇몇은 전체 집단과 떨어져 있다는 뜻"이라며 "아이들 간의 평균거리를 기준으로 하면 상황에 상관없이 대열에서 이탈한 아이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다음 달 12일부터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통신기술 관련 국제학회 '유비콤프(UbiComp)'에 발표될 예정이다.

    야외학습 효과도 확인 가능

    송준화 교수는 "위치추적 기술은 아이들의 야외학습 효과와 사회성을 알아내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와 박사 과정의 황인석 연구원은 지난 6월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국제학회 '퍼베이시브(PERVASIVE)'에 아이들의 가방에 라디오 전파 센서를 달고 스마트폰까지 장착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송 교수는 "교사들이 인원 점검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아이들이 야외학습에서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확인할 시간이 없다"며 "라디오파 센서와 스마트폰에 찍힌 영상은 아이들이 어디를 오랫동안 보는지 알려줘 나중에 학습효과를 점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몸이 약해 대열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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